5살 아이와 축구 중계 같이 보기, 룰은 어디까지 설명해줘야 할까?
오늘 5살 아이와 처음으로 축구 경기를 제대로 같이 봤어요.
한일전이라 저희도 응원하면서 보고 싶었고, 아이도 같이 보면 재미있어하지 않을까 싶어서 TV 앞에 같이 앉았는데요.
처음에는 생각보다 잘 보더라구요.
같이 응원도 하고 선수들이 뛰어다니는 것도 보면서 이것저것 물어봤어요.
그런데 전반 40분, 후반 40분을 이어서 보는 건 5살 아이에게 생각보다 길었어요. 전반에는 꽤 재미있게 보더니 후반으로 갈수록 슬슬 힘들어하는 게 보였어요.
대신 재미있었던 건 아이가 축구 규칙 자체보다 경기 중 벌어지는 상황을 계속 궁금해했다는 거예요.
“저 사람은 왜 넘어졌어?”
“옐로카드가 뭐야?”
“왜 카드를 줘?”
“금메달이 뭐야?”
같이 축구를 보다보니 평소에는 설명할 일이 별로 없었던 것들을 계속 물어보더라구요.
처음에는 축구를 보여주려면 규칙부터 알려줘야 하나 생각했는데, 막상 같이 보니 그럴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5살에게 축구 한 경기는 생각보다 길었어요
축구를 같이 보기 전에는 아이가 재미있어하면 한 경기를 쭉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직접 같이 봐보니 축구를 좋아하는 것과 긴 시간 동안 경기를 계속 보는 건 또 다른 문제더라구요.
전반에는 응원도 하고 화면도 잘 보는데 후반으로 넘어가니 집중력이 떨어지고 힘들어했어요.
생각해보면 어른도 관심 없는 경기는 80분 동안 계속 집중해서 보기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다음에 또 축구를 같이 본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것을 목표로 하지는 않으려고 해요.
전반만 재미있게 보고 아이가 다른 놀이를 하고 싶어하면 놀다가 다시 와도 되고, 중요한 장면이 나오면 불러서 같이 봐도 되구요.
특히 처음 스포츠 중계를 접하는 아이라면 ‘경기를 끝까지 봤느냐’보다 같이 응원해보고 스포츠를 재미있는 경험으로 느껴보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몇 살부터 축구 중계를 끝까지 볼 수 있는지 정답을 찾기보다는 우리 아이가 어느 정도까지 재미있어하는지를 먼저 보는 게 맞겠더라구요.
축구 룰을 미리 가르치기보다 물어볼 때 설명해줬어요
아이와 축구를 본다고 생각하면 부모는 먼저 규칙부터 떠올리게 돼요.
골대에 공이 들어가면 1점이고, 손을 사용하면 안 되고, 오프사이드도 있고, 코너킥이나 프리킥도 있고요.
그런데 5살 아이와 실제로 경기를 보니 이런 규칙을 처음부터 설명해줄 필요가 없었어요.
아이가 궁금한 건 그때그때 화면에서 벌어지는 일이었거든요.
선수가 넘어지면 왜 넘어졌는지 물어보고, 심판이 카드를 꺼내면 저건 뭔지 물어봤어요.
그래서 저도 최대한 짧게 설명해줬어요.
“옐로카드는 규칙을 어겼을 때 심판이 조심하라고 주는 카드야.”
“저 선수들이 부딪혀서 넘어졌네. 반칙인지 심판이 볼 거야.”
“골대 안으로 공을 넣으면 우리 팀이 1점을 얻는 거야.”
이 정도로요.
금메달이 뭐냐고 물어보면 “대회에서 1등한 선수나 팀이 받는 메달이야” 정도로 설명해주면 되구요.
아이에게 정확한 축구 규칙을 전부 이해시키는 게 목적이 아니니까 어려운 용어까지 설명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오프사이드처럼 설명이 복잡한 규칙도 아이가 궁금해하지 않는다면 굳이 먼저 알려줄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경기를 보다가 아이가 궁금해하는 순간에 한두 문장으로 설명해주는 게 훨씬 자연스러웠어요.
축구를 공부하고 보는 게 아니라 재미있게 보다보니 규칙을 하나씩 알게 되는 거죠.
축구를 보는 시간보다 같이 이야기하는 시간이 더 재미있었어요
처음에는 그냥 한일전을 같이 응원해보자는 생각으로 TV를 켰어요.
그런데 아이와 같이 보다보니 축구 말고도 설명할 게 정말 많더라구요.
왜 한국과 일본이 경기하는지, 점수는 어떻게 생기는지, 심판은 왜 있는지, 왜 규칙을 어기면 경기가 멈추는지, 메달은 무엇인지.
평소에 갑자기 앉혀놓고 설명할 일은 없는 것들이 축구 한 경기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아이와 영상을 볼 때 부모가 함께 보면서 화면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야기하고 아이의 질문에 반응해주는 것을 ‘공동시청’이라고 하는데요.
어린아이에게는 단순히 화면을 보여주는 것보다 부모가 같이 보면서 내용을 설명하고 현실의 경험과 연결해주는 것이 화면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해요.
오늘 저희도 축구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그렇다고 축구 중계를 교육시간으로 만들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아이가 물어보면 설명해주고, 골이 들어가면 같이 좋아하고, 응원하고 싶으면 같이 응원하는 정도면 충분했어요.
그리고 아이가 힘들어하면 그만 보면 되구요.
오늘 직접 같이 봐보니 5살 아이에게 전반 40분, 후반 40분을 모두 보는 건 생각보다 길었어요.
하지만 그래서 아직 축구를 보기에는 어리다고 느끼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경기를 보는 것만 축구 관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훨씬 편하겠더라구요.
다음에도 재미있는 경기가 있다면 같이 응원해보려고 해요.
다만 다음에는 한 경기를 끝까지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아이가 재미있어하는 만큼 같이 보고, 궁금한 게 생기면 그때 하나씩 설명해주려고 합니다.
축구 규칙을 얼마나 많이 알려줬느냐보다 아이가 “축구 같이 봤던 거 재미있었어”라고 기억한다면 5살의 첫 축구 응원은 그걸로 충분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