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아이가 같은 책만 계속 읽어달라고 해요, 괜찮을까?


아이에게 여러 가지 책을 보여주고 싶은 건 부모 마음인 것 같아요.

새로운 책도 읽어주고 싶고, 이왕 책을 읽는다면 다양한 이야기와 단어를 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구요.

그런데 아이는 꼭 읽었던 책을 또 가져올 때가 있어요.

분명 어제도 읽었고 어떤 책은 내용을 거의 외울 정도로 여러 번 봤는데 또 읽어달라고 해요.

부모 입장에서는 슬슬 지겨워져요.

‘집에 책이 이렇게 많은데 왜 맨날 이것만 읽지?’

저도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요.

그런데 아이가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 것이 꼭 새로운 책을 싫어해서 그런 건 아니라고 해요. 오히려 유아기에는 익숙한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는 과정 자체에서 얻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1.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것도 의미가 있어요

어른은 책을 한번 읽으면 대략적인 내용을 이해하고 다음 책으로 넘어갈 수 있지만 아이는 조금 달라요.

처음 책을 볼 때는 그림에 관심이 갔다가 다음번에는 이야기의 흐름을 보고, 또 읽을 때는 전에 지나쳤던 단어나 그림 속 작은 부분을 발견하기도 해요.

내용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다음 장면을 예상하는 재미도 생기구요.

실제로 반복해서 같은 이야기를 접하는 것이 어린아이의 새로운 단어 학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도 있어요.

처음에는 이야기 자체를 따라가느라 바빴다면 내용이 익숙해진 뒤에는 이야기 속 표현이나 단어에도 조금 더 여유 있게 관심을 둘 수 있는 거죠.

그래서 같은 책을 가져왔다고 굳이 “그거 어제 읽었잖아. 다른 거 가져와”라고 할 필요는 없겠더라구요.

어른에게는 똑같은 이야기지만 아이에게는 볼 때마다 관심을 두는 부분이 조금씩 다를 수도 있으니까요.

2. 내용을 외울 정도로 읽어도 괜찮을까?

같은 책을 정말 많이 읽다보면 아이가 다음 문장을 먼저 말하기도 해요.

글자를 읽는 건 아닌데 책장을 넘기자마자 다음 내용을 줄줄 이야기하기도 하구요.

처음에는 ‘이렇게 외울 때까지 같은 책을 읽어도 되나?’ 싶을 수 있어요.

하지만 아이가 내용을 기억하고 다음 장면을 예상하는 것도 책을 즐기는 한 가지 방법이에요.

꼭 처음부터 끝까지 부모가 똑같이 읽어줄 필요도 없어요.

내용을 잘 아는 책이라면 중간에 잠깐 멈추고 아이가 다음 이야기를 해보게 할 수도 있고,

“다음에는 어떻게 됐지?”

“여기서 얘가 왜 이렇게 했을까?”

정도로 가볍게 이야기를 나눠볼 수도 있어요.

다만 책을 읽을 때마다 문제를 내듯 질문을 많이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아이는 그냥 좋아하는 이야기를 다시 듣고 싶은 것일 수도 있는데 계속 질문을 받으면 책 읽기가 학습시간처럼 느껴질 수도 있으니까요.

어떤 날은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주고, 아이가 먼저 이야기하고 싶어할 때 대화를 조금 더 이어가는 정도면 충분한 것 같아요.

3. 그래도 새로운 책을 보여주고 싶다면

반복해서 읽는 게 괜찮다고 해도 부모 입장에서는 새로운 책도 보여주고 싶어요.

그럴 때 좋아하는 책을 치우고 새로운 책으로 바꾸기보다는 기존에 좋아하는 책은 그대로 두고 새로운 책을 조금씩 섞어주는 방법이 편해요.

예를 들어 아이가 책 세 권을 읽고 싶어한다면 좋아하는 책 두 권에 새로운 책 한 권을 함께 골라볼 수도 있구요.

아이가 좋아하는 소재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공룡을 좋아한다면 공룡이 나오는 다른 책을, 자동차를 좋아한다면 자동차가 등장하는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주는 식이에요.

익숙한 관심사를 통해 새로운 책으로 범위를 넓혀가는 거죠.

새 책을 꺼냈는데 아이가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바로 실패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어요.

책장에 꽂아두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아이가 꺼내오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저도 예전에는 책을 많이 보여주려면 여러 권을 골고루 읽어주는 게 더 좋은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이 입장에서는 좋아하는 한 권을 여러 번 보는 것도 책을 즐기는 방법일 수 있겠더라구요.

새로운 책을 계속 추가해주는 것도 좋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충분히 반복해서 볼 수 있게 해주는 것도 필요해 보여요.

같은 책을 또 가져왔다면 오늘도 또 읽어주면 됩니다.

부모는 이미 내용을 다 외워서 조금 지겨울 수 있지만요. ㅋㅋ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방식이 꼭 ‘많은 책을 읽는 것’일 필요는 없으니까요.

여러 권을 빠르게 읽는 것보다 좋아하는 책 한 권을 몇 번이고 다시 펼쳐보는 시기가 있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같은 책을 반복해서 가져오는 것도 아이가 책을 즐기고 있는 모습 중 하나라고 생각하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