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가고 매달리는 아이,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아이를 키우다보면 정말 하루에도 몇 번씩 “하지마!”, “위험해!“라는 말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특히 저희 아이는 몸을 쓰면서 노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어딘가에 올라가거나 매달리는 것도 좋아하구요. 하지 말라고 해도 또 하는 모습을 보면 도대체 이걸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나 고민이 되더라구요.

엄마 입장에서는 당연히 다칠까봐 걱정이 되니 막게 됩니다.

그런데 아이가 조금씩 크다보니 모든 위험한 행동을 제가 막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놀이터에서도 조금 높은 곳에 올라가면 바로 내려오라고 하고, 넘어질 것 같으면 잡아주고, 매달리면 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럼 아이는 대체 언제 자기 몸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되는 걸까 싶었거든요.

그래서 찾아보다가 알게 된 것이 ’위험놀이(Risky Play)’라는 개념이였어요.


위험놀이는 위험하게 내버려두는 놀이가 아니였어요


처음에는 위험놀이라는 말을 보고 조금 의아했어요.

아이가 위험하게 노는 걸 그냥 놔두라는 건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찾아보니 그런 의미는 아니였어요.

위험놀이는 아이가 결과를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약간의 긴장감과 스릴을 느끼며 스스로 도전해보는 놀이를 말한다고 해요.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균형을 잡고 걷기, 빠르게 뛰기 같은 놀이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구요. 아이의 발달 정도나 경험에 따라서 같은 행동도 위험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어요.

캐나다소아과학회에서는 여기서 ‘Risk’와 ‘Hazard’를 구분하고 있었는데 이 부분이 저는 제일 와닿았어요.

Risk는 아이가 어느 정도 알아차리고 판단해볼 수 있는 도전이라면, Hazard는 아이가 스스로 발견하거나 판단하기 어려운 위험요소에 가까워요.

예를 들어 아이가 놀이터 구조물을 올라가는 건 아이 스스로 높이를 보고 어디를 잡아야 할지 판단해볼 수 있는 Risk가 될 수 있지만, 구조물이 부서져 있거나 흔들리는 건 아이가 판단하기 어려운 Hazard가 될 수 있는 거죠.

그렇게 생각하니 ‘위험한 놀이를 허용할까 말까’보다 아이가 판단해볼 수 있는 위험인지, 어른이 먼저 없애줘야 하는 위험인지를 보는 게 더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올라가고 매달리는 걸 무조건 막는 게 답일까?


저희 아이는 매달리는 행동을 정말 좋아해요.

그런데 집에서는 문이나 중문처럼 매달리라고 만들어놓은 것이 아닌 곳에도 자꾸 매달리려고 하니 당연히 하지 말라고 할 수밖에 없었어요. 실제로 문이 고장난 적도 있었구요.

그래서 처음에는 그냥 매달리는 행동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 하더라구요.

그러다보니 ’얘는 매달리는 행동 자체를 하고 싶은 건데 무조건 못하게 하는 것만으로 해결될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아예 매달려도 되는 슈로스바 같은 기구를 마련해서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주는 쪽도 생각하게 됐어요.

위험놀이에 관한 연구를 찾아보니 이런 생각이 완전히 엉뚱한 건 아니였어요.

위험놀이에 관한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이런 놀이를 허용하는 환경이 아이들의 신체활동과 사회적 건강 등에 긍정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다만 당시 연구의 질은 낮은 수준부터 중간 수준까지여서 ‘위험하게 놀수록 무조건 발달에 좋다’고 단정할 정도의 결과는 아니였구요.

최근 캐나다소아과학회에서도 발달단계에 맞는 위험놀이는 신체활동뿐 아니라 자신감, 정서조절, 사회적 기술 등을 경험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생각해보면 아이가 높은 곳에 올라가면서 ‘여기까지는 할 수 있겠다’, ‘여기는 무섭다’를 판단해보는 것도 하나의 경험일 수 있겠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요즘 위험한 행동을 보면 무조건 ‘하지마’부터 하기보다는 이게 아이가 해볼 수 있는 도전인지, 아니면 진짜 제가 막아야 하는 위험인지 한 번 더 생각해보려고 해요.


허용해야 하는 위험과 막아야 하는 위험은 따로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위험놀이라는 이유로 모든 행동을 허용할 생각은 없어요.

특히 차가 다니는 곳이나 물에 빠질 수 있는 장소, 고장난 놀이기구처럼 아이가 한 번의 실수로 크게 다칠 수 있는 환경은 아이에게 판단을 맡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위험놀이를 권하는 자료에서도 카시트나 헬멧, 구명조끼 같은 기본적인 안전장치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분명히 설명하고 있어요.

결국 제가 생각하는 기준은 조금 단순해졌어요.

위험 자체를 전부 없애주는 게 아니라, 크게 다칠 수 있는 위험은 어른이 먼저 없애주고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작은 도전은 경험해볼 기회를 주는 것.

예전에는 아이가 무언가에 올라가려고 하면 떨어질까봐 제가 먼저 잡아주려고 했는데, 요즘은 바로 잡기보다 아이가 어떻게 하는지 조금 지켜보려고 해요.

올라가다가 자기가 무서우면 내려올 수도 있고, 어디에 손을 잡아야 하는지도 찾아볼 수 있으니까요.

물론 제가 보기에도 정말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막습니다.ㅋㅋ

아이를 키우면서 안전은 저에게도 정말 중요한 문제예요.

저희 아이처럼 몸을 쓰고 올라가고 매달리는 걸 좋아하는 아이를 키우다보니 오히려 더 많이 걱정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모든 위험을 부모가 먼저 제거해주는 것만이 안전을 가르치는 방법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가 스스로 ‘여기까지는 할 수 있다’, ‘이건 조금 무섭다’를 경험해보는 것도 결국 자기 몸과 위험을 알아가는 과정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무조건 위험하지 않게 만드는 것보다는 위험하게 내버려두는 것과 안전하게 도전할 기회를 주는 것 사이의 선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