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수학, 숫자를 세는데 개수를 틀리는 아이
아이에게 숫자를 가르치다보면 어느 순간 숫자를 꽤 잘 세기 시작해요.
저희 아이도 1, 2, 3, 4 하면서 숫자를 말하는 건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저는 당연히 어느정도 수를 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수학놀이를 같이 해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다르더라구요.
숫자를 순서대로 말하는 것과 실제 물건의 개수를 세는 것도 달랐고, 숫자를 보고 그만큼의 양을 바로 떠올리는 것도 또 다른 문제였어요.
어떤 날은 잘하는 것 같다가도 4 다음 숫자가 바로 나오지 않을 때도 있었구요.
‘숫자를 셀 줄 아는데 왜 이걸 어려워하지?’ 싶어서 처음에는 조금 답답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유아 수학에 대해 찾아보면서 알게 된 건 제가 생각했던 ‘수를 안다’라는 말 안에 생각보다 여러 단계가 들어있다는 것이였어요.
1. 숫자를 외워서 말하는 것과 개수를 아는 건 달랐어요
아이가 “하나, 둘, 셋, 넷, 다섯”을 순서대로 말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아이가 5까지 안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랬어요.
그런데 실제 초기 수학에서는 숫자를 순서대로 말하는 것과 물건의 개수를 정확하게 세는 것을 따로 봐요.
물건이 5개 있다면 물건 하나를 가리키면서 ‘하나’, 다음 물건에 ‘둘’ 하는 식으로 물건 하나와 숫자 하나를 정확하게 연결해야 하는데 이를 일대일 대응이라고 해요.
또 하나 중요한 게 있더라구요.
하나, 둘, 셋, 넷, 다섯까지 정확하게 세었더라도 마지막에 말한 ‘다섯’이 단순히 다섯 번째 물건의 이름이 아니라 이 물건들이 모두 5개라는 뜻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는 것이였어요.
이를 기수성이라고 하는데요.
미국 교육과학연구소의 유아 수학 자료에서도 아이들이 처음에는 숫자말을 순서대로 외우고, 이후 물건 하나에 숫자 하나를 대응하면서 세고, 마지막으로 센 숫자가 전체의 양을 의미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아이가 1부터 10까지 줄줄 외운다고 해서 10이라는 수를 제가 생각하는 것처럼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니였던 거죠.
이걸 알고나니 아이가 숫자는 잘 말하면서 물건을 셀 때 하나를 두 번 세거나, 다 세어놓고 “그래서 몇 개야?“라고 물었을 때 다시 처음부터 세는 모습도 조금 다르게 보였어요.
2. 수학 문제보다 실제 물건으로 세어보게 했어요
저는 아이 수학을 집에서 조금씩 해주고 있어요.
가르기와 모으기도 해보고 수백판도 같이 해보고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해보면서 느낀 건 아직 어린 아이에게는 문제를 많이 푸는 것보다 실제로 수량을 만져보고 세어보는 경험이 꽤 중요하다는 것이였어요.
예를 들어 사과가 4개 있다면 그냥 “4가 몇 개야?“라고 묻는 것보다 하나씩 직접 가리키며 세어보고 마지막에 “그래서 사과가 몇 개야?“라고 다시 물어보는 식이에요.
관련 교육자료에서도 어린 아이에게 처음 수세기를 가르칠 때 작은 개수의 물건부터 하나씩 가리키며 세고, 마지막 숫자를 다시 강조해 전체 개수와 연결해주는 방법을 권하고 있었어요.
생각해보면 일상에서도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아요.
간식을 줄 때도 “세 개 줄게” 하면서 하나, 둘, 셋 세어볼 수 있고 장난감을 정리하면서도 몇 개인지 세어볼 수 있어요.
저는 아이에게 수학을 해줘야겠다고 생각하면 자꾸 워크북이나 교구부터 떠올렸는데, 오히려 이런게 가장 기본적인 수학놀이였던 것 같아요.
3. 공부처럼 하면 어려워하고 게임으로 하면 잘하더라구요
저희 아이는 특히 게임처럼 하면 수학을 잘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수백판도 그냥 숫자를 공부하자고 하면 재미없을 수 있는데 게임처럼 하면 좋아하고, 가르기와 모으기도 그냥 문제로 주는 것보다 직접 가지고 놀면서 하면 훨씬 잘 받아들여요.
그래서 요즘은 아직 이 나이에는 얼마나 빨리 계산하느냐보다 숫자와 실제 양을 많이 연결해보는 게 먼저겠구나 생각하고 있어요.
작은 개수라면 세지 않고도 바로 몇 개인지 알아보는 놀이도 할 수 있어요.
주사위를 던지고 점이 몇 개인지 바로 말해보거나 손가락을 몇 개 펴서 보여주고 몇 개인지 맞혀보는 식이에요.
이렇게 작은 수량을 하나씩 세지 않고 바로 알아보는 것을 ‘수비타이징’이라고 하는데, 초기 수개념을 만들어가는 과정 중 하나라고 해요.
꼭 거창하게 준비하지 않아도 밥을 먹다가 방울토마토 두 개를 놓고 “몇 개지?”, 세 개를 놓고 “그럼 지금은?” 해보는 식으로도 할 수 있구요.
아이와 수학을 하면서 저는 자꾸 아이가 무엇을 못하는지부터 보게 됐어요.
‘이제 5살인데 이 정도는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숫자는 아는데 왜 개수를 헷갈리지?’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그런데 알아보니 제가 너무 많은 것을 그냥 ‘숫자를 안다’라는 한 문장으로 묶어놓고 있었던 것 같아요.
숫자를 순서대로 말하는 것, 물건과 숫자를 하나씩 연결하는 것, 마지막 숫자가 전체 개수라는 걸 아는 것, 숫자를 보고 실제 양을 떠올리는 것까지 아이에게는 하나씩 만들어가는 과정이였어요.
그래서 요즘은 아이가 숫자를 헷갈릴 때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고 하기보다는 실제 물건을 가지고 다시 세어보려고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희 아이는 공부라고 느끼는 것보다 게임이라고 생각할 때 훨씬 잘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 방법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구요.
아이에게 수학을 빨리 가르치는 것보다 숫자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충분히 경험하게 해주는 것.
지금 저희 아이에게는 그게 먼저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