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물건, 몰래 버려도 될까? 버리기 전에 물어봐야 할까
아이를 키우다보면 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들이 하나둘씩 늘어나요.
유치원에서 만들어 온 작품도 있고, 한참 가지고 놀다가 이제는 찾지도 않는 장난감도 있고, 종이 한 장에 끄적인 그림도 있어요.
어른인 제가 보기에는 이제 버려도 될 것 같은데 막상 버리려고 하면 고민이 되더라구요.
이걸 아이한테 물어봐야 하나?
물어보면 당연히 다 버리지 말라고 할 것 같은데 그냥 몰래 버려도 되는 건가?
특히 집을 정리하다보면 아이 물건은 생각보다 큰 비중을 차지해요. 그렇다고 아이가 몇 달 동안 찾지도 않았던 물건을 전부 가지고 있을 수도 없구요.
그래서 아이 물건을 정리할 때 어디까지 아이의 의견을 물어봐야 하는지 찾아보게 됐어요.
1. 부모에게 필요 없는 물건이 아이에게도 필요 없는 건 아니였어요
어른은 물건을 볼 때 자연스럽게 쓸모를 생각해요.
지금 사용하는지, 다시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지, 보관할 가치가 있는지를 보고 필요 없으면 버리죠.
그런데 아이가 물건을 보는 기준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별것 아닌 종이 한 장도 자기가 직접 만들었다는 이유로 좋아할 수 있고, 다 낡은 장난감도 아이에게는 좋아하는 물건일 수 있어요.
특히 유아기에는 ‘내 것’이라는 개념도 점점 발달해요.
그러다보니 부모가 보기에는 별것 아닌 물건이라도 아이 입장에서는 분명 자기 물건인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일이 될 수도 있겠더라구요.
생각해보면 어른도 마찬가지예요.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쓸모없는 물건이라도 내가 아끼는 물건이라면 누군가 마음대로 버렸을 때 기분이 좋을 리 없으니까요.
그래서 아이가 특별히 좋아하거나 자주 가지고 노는 물건, 직접 만든 작품처럼 아이에게 의미가 있을 것 같은 물건은 가능하면 마음대로 버리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 그렇다고 모든 물건을 아이에게 물어볼 수도 없어요
그렇다고 아이 물건 하나를 버릴 때마다 전부 허락을 받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요.
“이거 버려도 돼?”
하고 물어보면 한동안 쳐다보지도 않았던 물건인데 갑자기 안 된다고 할 수도 있구요.
무엇보다 아이가 가져오는 모든 종이와 작품, 장난감을 계속 보관하다보면 집에 물건이 끝없이 쌓이게 돼요.
그래서 저는 모든 물건을 똑같이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먹고 남은 포장지처럼 명백한 쓰레기나 위생상 문제가 있는 것, 망가져서 위험한 물건까지 아이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반대로 아이가 자주 찾는 장난감이나 유독 아끼는 물건, 아이가 직접 만든 것처럼 의미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물건은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거죠.
아이 작품도 전부 보관하기 어렵다면 일부만 남기고 나머지는 사진으로 기록하는 방법도 있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아이 물건은 무조건 물어보고 버린다’와 ‘어차피 내가 사준 거니까 마음대로 버린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할 필요는 없겠더라구요.
물건마다 조금씩 다른 기준을 적용하면 되는 거였어요.
3. 애매한 물건은 아이가 직접 정리해보게 하려고 해요
아이 물건을 정리하는 방법을 찾아보면서 괜찮다고 생각했던 방법이 하나 있었어요.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먼저 정해두는 거예요.
예를 들어 작품을 넣는 상자를 하나 정해두고 그 안에는 아이가 원하는 작품을 보관하게 하는 식이에요.
상자가 가득 차면 더 큰 상자를 계속 추가하기보다 아이와 함께 다시 한번 살펴보는 거죠.
“여기에서 계속 가지고 있고 싶은 건 어떤 거야?”
하고 아이가 직접 골라보게 하는 거예요.
장난감도 비슷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조건 “이거 버릴까?“라고 물어보는 것보다 지금도 가지고 노는 것과 이제는 잘 가지고 놀지 않는 것을 같이 나눠보는 거예요.
아이가 모든 것을 남기겠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자기 물건을 직접 살펴보고 선택하는 경험도 생기겠죠.
저도 예전에는 아이 물건을 정리하는 건 그냥 부모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어차피 대부분 제가 사준 물건이고 집을 정리하는 것도 제가 하니까요.
그런데 아이가 크면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어요.
부모가 사준 물건이라도 아이가 사용하고 아끼는 순간부터는 아이에게 ‘내 물건’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모든 것을 보관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저는 아이 물건을 절대 몰래 버리면 안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아이에게 의미가 있을 수 있는 물건은 가능하면 함께 정리해보려고 해요.
명백한 쓰레기나 위험한 물건은 부모가 정리하고, 아이가 아끼는 물건은 함부로 버리지 않고, 애매한 물건은 아이와 같이 남길 것을 골라보는 것.
아이 물건이 계속 늘어나는 집에서는 이 정도가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