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하원 후 아이랑 꼭 놀아줘야 할까?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고 나니 생각보다 하원 후 시간이 애매했어요.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저녁을 먹이고 씻기고 재워야 하는데, 그 사이에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도 있어야 할 것 같았거든요.

특히 하루종일 떨어져 있었으니 집에 오면 엄마가 같이 놀아줘야 할 것 같고, 책도 읽어줘야 할 것 같고, 집에서 해주고 싶은 것도 하나씩 생겼어요.

저도 집에서 아이와 수놀이를 하기도 하고 한글이나 영어를 같이 보기도 해요.

그런데 이것저것 하려고 하다보면 어느 순간 하원 후 몇 시간까지 또 하나의 일정처럼 느껴질 때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궁금해졌어요.

유치원에서 하루를 보내고 온 아이에게 집에서도 부모가 계속 무언가를 해줘야 할까?

생각해보면 아이도 유치원에서 하루를 보내고 왔어요

엄마 입장에서는 아이가 유치원에 있는 동안 떨어져 있었으니 하원 후 시간이 짧게 느껴져요.

하지만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미 유치원에서 꽤 긴 하루를 보내고 온 거더라구요.

친구들과 놀고, 선생님 이야기를 듣고, 정해진 일과에 맞춰 움직이고, 밥을 먹고, 여러 활동을 하면서 하루를 보낸 뒤 집으로 돌아오는 거니까요.

어른도 밖에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오면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있는데 아이도 비슷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유치원에서는 친구들과 계속 같이 지내기 때문에 집에 돌아온 뒤 혼자 장난감을 만지거나 가만히 쉬는 시간도 아이에게는 필요할 수 있구요.

그래서 요즘은 하원했다고 바로

“우리 뭐 할까?”

부터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아이가 혼자 놀고 싶어하면 그냥 두기도 하고, 차에서 동화를 듣고 싶다고 하면 같이 듣기도 하고, 집에 와서 별다른 활동 없이 시간을 보내기도 해요.

하원 후 시간을 꼭 알차게 채워야 하는 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같이 노는 시간은 길이보다 어떻게 보내는지가 더 중요했어요

그렇다고 아이와 전혀 놀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에요.

저희 아이도 엄마와 같이 무언가를 하는 걸 좋아하고 혼자 할 때보다 같이 시작하면 더 잘하는 활동도 있어요.

그래서 아이가 원하면 수놀이를 하기도 하고 책을 보기도 하고, 한글이나 영어를 같이 보기도 해요.

다만 예전처럼 ‘오늘 이것까지는 해야 해’라고 하원 후 시간을 꽉 채우려고 하지는 않으려고 해요.

꼭 한 시간씩 놀아줘야만 아이와 잘 놀아준 것도 아니더라구요.

저녁을 준비하면서 아이 이야기를 들어줄 수도 있고, 같이 과일을 먹으면서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할 수도 있고, 잠들기 전에 책 한 권을 같이 볼 수도 있어요.

짧게라도 아이가 원하는 놀이에 같이 집중해서 놀아주는 것도 방법이구요.

오히려 엄마가 피곤한데도 의무감으로 계속 놀아주다보면 저도 힘들고 아이에게 그만하라고 말하는 일이 많아질 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하원 후에 아이와 보내는 시간을 몇 분, 몇 시간으로 정하기보다 그날 아이와 제 상태를 같이 보려고 해요.

하원 후에는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육아를 하다보면 아이에게 뭔가를 계속 해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유치원에 다녀오면 책도 읽어줘야 할 것 같고, 학습도 조금 해야 할 것 같고, 신체놀이도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러다보면 아이의 하루가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계속 일정으로 채워질 수도 있겠더라구요.

그래서 하원 후에는 일부러 아무것도 정하지 않는 시간도 두려고 해요.

아이가 혼자 놀면 혼자 놀게 두고, 저한테 와서 같이 해달라고 하면 그때 같이 하기도 하구요.

어떤 날은 아이가 먼저 수놀이를 하자고 할 수도 있고, 어떤 날은 그냥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저녁을 먹고 하루가 끝날 수도 있어요.

저는 이제 그 둘 중 어느 하루가 더 좋은 하루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집은 아이에게 또 다른 교육기관이 아니라 편하게 돌아올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니까요.

아이를 키우다보면 내가 오늘 아이에게 뭘 해줬는지를 자꾸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책을 몇 권 읽었는지, 같이 얼마나 놀았는지, 공부를 했는지 같은 것들이요.

저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의 하루를 생각해보니 하원 후까지 매일 알차게 채우는 것이 꼭 필요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같이 놀고 싶은 날에는 놀고, 책을 보고 싶은 날에는 책을 보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에는 조금 쉬어도 되구요.

요즘 제가 생각하는 하원 후 시간의 기준은 ’오늘 뭘 해줬지?’보다는 아이가 집에 돌아와 편하게 시간을 보냈는지에 가까워졌어요.

아이와 꼭 몇 시간씩 놀아줘야 한다는 부담보다, 필요할 때 같이 놀고 이야기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

유치원에서 이미 긴 하루를 보내고 온 아이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날이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