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빨래개기, 네돌 전 호텔 수건 접기 성공
아이가 호텔식 수건 접기를 성공하고 저를 바라보며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씨익 웃던 날이 떠올라요. 저도 '이렇게 어린 아이가 어떻게 이걸 성공했지?' 하고 깜짝 놀라서 바라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빨래개기, 돌 부터 함께 시작한 이유
가장 처음에 빨래개기를 아이 앞에서 시작한 이유는 제가 몬테소리 육아를 하다보니 아이에게 일상 생활에서 직접 청소하고, 집안일을 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였어요. 하지만 현실은 생각처럼 그리 달콤하지 않더라구요. 아이는 쌓여있는 빨래를 보며 뒹굴기도 하고 부드러운 촉감에 얼굴을 맞대고 꺄르르 하고, 수건 위에서 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그럼 기껏 쌓아놓은 빨래가 다시 헤집어지지기 일쑤였죠.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개야하다보니 아이에게 화를 내게 되서 포기하고 다시 아이가 낮잠자는 시간이나, 밤에 재우고 개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그렇게 개다보니 너무 제 시간이 없더라구요. TV프로그램이라도 즐기면 보면서 빨래를 갤텐데 그게 아니고 멍 때리고 빨래를 개니 뭔가 내 시간이 없는 기분에 그냥 개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빨래를 헤집으면 또 개고 또 개고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방법이다 싶었어요. 또한 가정 보육 중이라 시간도 안 가는데 이렇게 시간을 때우면 좋지 하는 편한 마음을 가지고 아이가 헤집던 말던 꾸준히 개왔습니다.
그래서 돌 전후부터 꾸준히 아이 앞에서 갠 것 같아요. 물론 너무 헤집은 날은 화도 내기도 하면서요.
분류부터 시작해서 옷 개기까지, 단계별 미션
어느정도 아이가 인지가 늘기 시작하니 어른들이 빨래갤 때 할 수 없는게 많으니 심심해서 놀아달란 의미로 빨래를 헤집는 경우가 늘어났어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아이 수준에서 할 수 있는 빨래 개기 미션을 하나씩 줬어요.
처음에는 분류를 시켰어요. '엄마 옷이 어딨지?' '아빠옷이 어딨지?' 같은 큰 카테고리부터 시작해서, '양말이 어디있지? 양말만 모아보자', '손수건이 어디 있지? 손수건만 모아보자' 어 이건 어디에 모아야할까? 라고 하면 아이는 분류에 맞춰서 어디에 넣어야할지 고민을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나중에는 양말의 같은 짝을 찾아보자는 미션을 주어, 서서히 분류하는 기준을 높였답니다.
아이는 분류말고도 무엇보다 옷 개기에 참여하고 싶어했는데요. 옷 개기 중에 아이가 할 수 있는게 많이 없었어요. 어른의 옷은 크다보니 아이가 들어서 접기 어려웠고, 아이 옷 중에 그나마 무난한 바지여도 반으로 접었다가 다시 포개는 작업을 아이가 이해하기엔 어렸거든요. 그래서 저는 손수건을 일부러 가져와서 두 번 접게 시켰답니다. 이마저도 잘 되지 않아서 아이가 짜증을 많이 냈어요.
그렇게 손수건에 익숙해지고는 그 뒤 쉬운 바지를 주고, 양말끼리 같이 묶어두는 법, 티셔츠 접는 법을 알려주었어요. 무엇보다 놀라운 건 저희 집에서 수건을 접을 땐 호텔 수건 접기 방식을 쓰는데 그 방식을 아이가 성공했다는 점이에요.
네돌 전 호텔 수건 접기 성공 후 웃어보인 아이
아이가 어릴 때 부터 수건 접기는 아이의 미션 중 하나였어요. 그 수건 어떻게 접는거냐고 200번도 넘게 물어본 것 같아요. 할 때마다 안 된다고 짜증을 내고 던지고 화를 내는데 어떨 땐 '수건을 꼭 그렇게 안 접어도 돼. 이렇게 안 개는 사람이 더 많아' 하고 소리 친 적도 많거든요.
근데 솔직히 호텔 수건 개기는 어른들도 귀찮아하는 수건 접는 방법 중 하나잖아요. 어려워하는 어른도 있구요. 저희 집 욕실을 와보는 친구들도, 수건 갠 걸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개놓냐' '귀찮지 않냐' 물어볼 정도니까요.
그래도 아이는 안된다고 꼭 엄마 아빠가 접는 방식으로 접겠다며 고집을 부리더라구요. 저는 속이 터졌지만 그냥 옆에서 묵묵히 수건을 접었습니다. 간단히 방법을 설명하자면 한쪽을 세모낳게 접고, 또 수건을 뒤 돌려서 살짝 포개고 세로로 반을 접어서 돌돌 말아서 그 뒤 꼬투리를 접힌 수건쪽에 쏘옥 넣는 방법인데요. 말로 설명만 해도 어렵네요. 저도 한 10번은 넘게 접어보고 익숙해진 방법이거든요. 이걸 익숙해질라면 초등학생은 되야하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아이는 처음에는 세모낳게 접기는 성공했지만 뒤에 돌리다가 세모가 흐트려저서 화냈어요. 또 그게 지나고나면 세로로 반 접는게 모양이 안 나와 이러고 짜증내며 발을 동동 굴렀구요. 무엇보다 아이가 가장 애먹고 오래걸린 부분은 돌돌 굴리는 부분인데요. 그냥 돌돌 굴리면 안되고 손으로 힘을 줘가며 말아야 수건 모양이 탄탄하고 예쁘게 말리고 아니면 흐늘흐늘해서 마지막에 꼬투리를 쏘옥 넣으려고 할 때 다 풀려버리더라구요. 그래서 완벽하게 탄탄하고 예쁘게 접는게 아니고 그냥 완성 자체를 시키기가 고난이도였어요. 근데 아이가 네돌을 앞 둔 어느날 혼자 돌돌 말더니 쏘옥 넣기까지 했어요. 그리고는 저를 보며 "엄마 나 이거 접었어" 하는데 너무 놀랐어요. 거의 3년에 가까운 일이 결실을 맺은게 너무 멋지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저는 아이가 빨라야 7세쯤 할거라 생각했는데 아이를 너무 얕 봤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노력을 하다보면 언젠가 이뤄진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가 원하는건 한계를 짓지 말아야겠다 생각이 들더라구요. 물론 저 조차도요. 많은 감동을 얻었던 에피소드입니다.
어릴 때를 생각하면 아이가 이렇게 빨래 할 때 큰 도움이 될 지 몰랐어요. 지금은 빨래를 다 개고나서 각 위치에 배달도 해준답니다. 배달은 최근에 한건 아니고 걷기 시작하고부터 수건을 다 개면, 다 갠 수건을 엄마아빠가 욕실에서 정리하는 사이 수건을 한 두개씩 종종 걸음으로 해줬었는데요. 지금은 엄마아빠방 옷은 안방에 옮겨주고 본인 옷은 분류별로 싹 정리하기까지 한답니다. 예전엔 빨래 위서 춤을 추던 아이가 이렇게 하나의 어엿한 일원이 되다니 상상도 못했던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