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옷 혼자입기 후기, 인어공주가 되던 날

 

아이가 옷 입기를 시도한 날은 많지만 그 날은 바지를 시도한 날이였어요. 엄청 진지하고 신중하게 시도하길래 지켜봤는데, 그러다가 바지 한쪽에 다리 두개를 넣고 엉엉 울고 있는 거에요. 짜증나서 발을 동동 구르는데 그 모습이 마치 인어공주 같아서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있어요. 처음 시작은 항상 미미한 것 같아요.


아이 스스로 옷 입다 인어공주

아이가 처음 옷을 입고 벗는걸 시도한건 가벼운 외투 였어요. 팔이 헷갈려서 어려워했지만 옆에서 엄마가 항상 보조해주는 순간이기도 하고 일단 지퍼를 올렸다 닫았다 할 수 있으니 그 핑계로 벗었다가 다른 옷 입었다가 하며 시작했어요. 전 그때마다 여건이 되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한쪽 팔 씩 넣어보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양말도 혼자 스스로 신었었는데요. 양말이 의외로 어려운 종목이였어요. 얇은 양말의 목쪽에 발을 넣고 그에 맞춰서 발을 정확하게 골인시키고 또 굴곡이 잇는 발을 넣어서 올려야한다는 점이 아이에게 힘들어보였어요. 하지만 이건 매일 입고 벗는 것이니까 같이 도와가며 꾸준히 같이 했습니다.

바지가 또 생각외로 어려워했는데 자꾸 넣을떄마다 한쪽 바지에 두 다리를 넣는 경우가 많아졌었어요. 그럴때마다 엉엉 울면서 바지가 이상하다고 화를 내는데 발을 구르기도 하고 화나서 뱅글 뱅글 돌기도 했답니다. 영락없는 인어 공주였어요. 아니 아들이니 인어 왕자라고 해야할까요. 움직이지 못하니까 너무 짜증내는데 지금도 생각하면 너무 귀여운 에피소드랍니다.

상의를 입는 건 바지보다도 훨씬 어려웠어요. 심지어 긴팔은 조금 어려울 것 같아서 반팔부터 시도했는데도 쉽지 않더라구요. 어른이라 지금은 수월하게 하니 잘 몰랐지만, 생각해보면 과정이 복잡했어요. 팔을 양쪽을 끼워야하고 마지막에 머리도 끼워야하고 그 상태로 옷을 또 착 내려야하는데 꽤 많은 과정이 들어갔죠.

그러다보니 여러 에피소드도 많았어요. 머리 넣는 자리에 팔을 하나 넣어서 팔 넣는 자리로 목을 빼려다가 운 적도 있고, 또 팔을 멋지게 끼웠다해도 목을 뺴는 과정에서 아무것도 안보이고 캄캄하다고 무서워하기도 했어요. 그런 경우는 계속 아이보고 혼자하라고 하지 않고 도움을 주었어요. 대신 무서운게 아니라 잘하고 있는거고 격려해주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격려 끝에 마지막까지 열심히 입었는데 앞뒤를 거꾸로 해서 입었을때는 정말 좌절이였어요. 다시 벗기고 처음 과정부터 다시 해야하거든요.

특히 후드티를 입으면 후드가 얼굴을 덮어서 앞이 안 보이니 짜증을 내기도 하고 어이 없기도 해서 모자가 달린 옷은 잘 스스로 안 입으려고 하더라구요. 정말 연습할게 많았습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팬티는 조금 나중에 시작해서인지 처음부터 크게 어려워하지 않았어요. 그냥 쓱 올리면 되니 혼자 잘 입고 벗더라구요. 단 씻고 바로는 안될 것 같아요. 물기가 남아 있는 상태에선 팬티가 잘 안 올라가니 너무 짜증을 내더라구요. 사실 어른도 젖은 상태의 몸에선 입기 어려우니 물기를 제거 해주고 스스로 옷 입기를 시켜야 좋을 것 같아요.


단추 욕심, 몬테소리 비지보드로 해결


또 옷입기에 하나의 난관이 있는데 바로 옷을 채우는 장치들을 잘 다루는 것이였어요. 저희 아이는 또 이걸 만지는걸 너무 좋아했어요. 지퍼를 열고 닫고, 단추를 잠구고 찍찍이를 뗴고 붙이는 것을 너무 좋아했어요. 아마 왠만한 아이들이 다 좋아할 것 같긴 하지만요. 이거때문에 애꿎은 여행 가방도 하나 날려먹고 옷들도 찝혀서 버린게 몇개 된답니다. 그리고 급한 일정에서 빨리 나가야하는데 잘 안되는 단추를 시도하고 짜증내면 맘이 급해져서 아이에게 짜증을 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만 하다 보니 저도 마음이 불편해졌어요. 아이는 스스로 하고 싶은데 제가 막기만 하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차라리 다르게 경험을 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몬테소리 비지보드를 구매했어요. 옷입기과 관련된 전반적인 것들이 모여있는 비지북이여서 지퍼, 떡볶이 코트같은 단추 채우기, 큰 단추 채우기, 작은 단추 채우기, 똑딱이 단추 여닫기 등 여러 활동이 있어서 아이가 정말 좋아했어요. 처음엔 너무 좋아하다가 어느 순간 부터는 잘 안 해서 조금 아이보고 이거라도 하라고 잔소리 한적도 있는데요. 

결과적으로 이 연습을 통해 아이가 스스로 단추나 지퍼 있는 옷을 입을 때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단추를 하다가 잘 안돼 하고 울고 짜증내면 어 저번에 저걸로 했을 땐 너가 잘했잖아 지금은 조금 단추가 작아서, 혹은 단추가 너무 많아서 어려운거야 넌 충분히 할수있어 걱정마. 그래도 너무힘들면 엄마랑 오늘은 나머지는 같이하자 식으로 했더니 아이가 한두개는 좀 더 스스로 해보는 용기를 얻더라구요.


5세, 남방 단추까지 척척

지금은 상의를 입다가 실수로 거꾸로 입어도 다시 벗어서 스스로 다시 입을 수 있어요. 아침에 쇼파에 갈아입을 옷을 올려두면 잠옷을 벗고 정갈하진 않지만 약간 개두어요. 바쁜 날은 한 쪽 구석에 몰아놓기도 하거나 두세번 입은 잠옷은 빨래통에 넣지만 저녁에 또 입을 옷은 살짝 개둔답니다. 그리고 쇼파에 제가 준비해둔 옷을 하나하나 입습니다. 

그냥 반팔 긴팔도 당연히 거뜬히 입고 바지도 스스로 입고 양말까지 스스로 골라서 입기때문에 이제는 옷만 준비해주면 되요. 가끔은 걸칠 남방을 준비해두면 남방까지 단추 하나 하나 잠궈서 당황스러울 때도 있답니다. 그냥 걸치라고 준비해준 건데 단추 잠구는게 너무 재밌는지 계속 단추를 잠그더라구요. 

이렇게 많은 남방 단추까지 척척 채우고, 바지를 제대로 입는 모습을 보면 그 때 인어공주가 되어 퍼덕 거리던 아이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때는 '언제 혼자 입을수 있을까' 싶었는데 결국 아이는 스스로 하나씩 해나가고 있었어요. 언제부터 잘 입었더라? 딱 찝어 생각하려고 하면 기억이 잘 안나더라고요. 제가 인지도 못하게 서서히 바뀐 아이의 모습을 보면 서두르지 않고 기다려주는 것이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일이였던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