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를 좋아하는 아이, 돌부터 남의 집 밀대 빌려오다

 

저는 몬테소리 육아를 처음에 시작하면서 제가 생각하는 몬테소리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야한다는 고집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실물과 관련된 장난감이나, 자연에 가까운 장난감만 사주었는데요. 아이가 너무 청소 장난감을 좋아하다보니 결국 다른 친구 집에서 핑크퐁 밀대를 빌려오게 되었습니다.


몬테소리 육아, 실물 장난감만 사줬어요

저는 몬테소리 책을 읽고 육아를 공부하며 최대한 플라스틱 장난감이나 반짝이고 소리가 심한 장난감은 피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나쁜것은 아니지만 아이의 발달에는 실생활과 연결되는 장난감이 좋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이소를 가서 돌돌이를 사서 아이에게 쥐어주거나, 빗자루를 사주거나 하는 활동을 자주 했어요.
저는 청소 장난감을 사 주기보단 실제 집안일을 경험하게 해 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아이는 그 경험 자체를 너무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는 실물 청소도구를 쥐어주면 청소를 정말 열심히 했어요. 하지만 어른들이 생각하는 멀쩡한 청소를 하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가끔은 정말 기특해 보이게도 바닥 청소를 열심히 했습니다. 하지만 그 외의 시간에 휘두르고 다니거나 청소하면 안될 부분인 창문, 벽지 등을 청소 하더라구요. 뜯길까봐 걱정하면서 지켜보고 따라다녀야하는 제 자신이 너무 지치고 힘들었어요. 
의도적인 건 아니지만 아이가 휘두르는 밀대에 맞고, 돌돌이에 우리집 고양이가 놀라서 도망가기도 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그것만 하루종일 들고 다니니까 힘들더라구요.  결국은 몰래 우리 집에서 돌돌이와 빗자루를 치워버렸답니다. 
잠시 아이가 그냥 길쭉한 막대에 집착해서 저것들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남의 집 가도 밀대와 돌돌이부터 찾는 아이

다른 친구집에 놀러가면 정말 현란하고 재밌는 장난감들이 많았어요. 제가 피하던 그런 장난감들이죠. 앞서 말했다시피 저는 재미없는 실물과 가까운 장난감이나 원목 장난감만 주어서 너무 재밌는게 많은 천국같은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는 고장난 핑크퐁 밀대만 밀어댔어요. 플라스틱이긴 하지만 소리도 안 나고 밀리기만 하는 기능인데도 아이는 신나게 밀더라구요. 저는 사실 어린 아이들은 다 길쭉하고 밀리는 건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였던 것 같습니다. 아이가 하도 열심히 밀고 다니니까 결국 그 집 엄마가 말하더라구요. "우리 애는 그거 잘 안 써, 빌려줄까?" 저는 한사코 거절을 했지만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엄마들이 말하더라구요. 저렇게까지 좋아하는데 그냥 빌려가서 쓰라고 그 누구보다도 좋아할 것 같다면서요. 노래도 잘 나오지 않고 반짝이지도 않던 밀대지만, 아이는 정말 좋아했던 거에요. 저는 너무 실물에만 집착하느라 아이가 좋아하는 행동을 잘 지켜보지 못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긴 돌돌이가 있는 집을 가면 항상 저희집에서 그랬던 것처럼 긴장을 해야했답니다. 바닥만 청소한다면 당연히 어깨가 으슥하고 멋진 기분이 들었겠지만, 아이는 바닥만 밀지 않습니다. 천장도 청소하고 싶어하고 소파 위도 청소하고 싶어하거든요. 덕분에 저는 항상 남의 집 티비나 창문을 깨지 않을까 조마조마 하고 다녔습니다. 
우리 동네에서는 바닥에 머리카락이 너무 많으면 우리 애를 부르면 된다고 엄마들의 애정 섞인 농담도 있었어요. 
장난감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밀대만 밀고, 청소기만 하고 다닌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아이 엄마 친구들과 다 같이 모여서 비싼 돈을 주고 키즈카페를 가서도 아이의 밀대사랑은 계속 되었습니다. 방방, 미끄럼틀, 멋진 장난감을 제치고서도 아이는 밀대만 가지고 1시간 2시간을 놀아댔어요. 하도 밀고 다녀서 제발 여기서는 다른걸 가지고 놀라고 제가 말하며 쫓아다니면 다른 엄마들은 정말 청소를 좋아한다고 꺄르르 웃었습니다. 

 청소기까지 탐내는 아이


아이의 청소 사랑이 너무 강력해서 저는 고민하다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사주었어요. 하지만 아이가 어느정도는 잘 하다가 금방 포기하더라구요. 그래서 일반 미니 청소기를 사주었습니다. 아이는 신나서 여기저기 청소기를 밀고 다녔어요. 하지만 아이에게 비싼 청소기를 쥐어줄 순 없기에 저렴한 미니 청소기를 사준게 문제였을까요. 아이가 물기가 있는 곳에서도 마구 밀고다니다보니 한달도 되지 않아 미니청소기의 수명은 끝나버리고 말았어요. 
그래서 저는 아이에게 청소기를 안 사준다고 엄포를 내리고 돌돌이만 사용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 돌돌이마저도 하늘 높이 휘두르고 다녀서 치우게 되었죠. 그랬더니 아이가 물티슈를 가지고 바닥을 닦고 다니더라구요. 
현재 5살이 되도 아이의 청소 사랑은 끝나지 않았어요. 최근에 산 실리콘 빗자루를 그래도 곧잘 다루며 쓰레기를 모으고 가끔 아빠가 청소 할 때 청소기를 슥 밀게 해주었더니 저희 청소기까지 탐내고는 합니다. 결국은 고민하다가 차량용으로도 쓰고 길게 밀대처럼도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겸용 미니 청소기를 사주었어요. 이번에는 고장 내지 않길 바라면서요.
 이번에는 다행히도 아이가 잘 다루어서 매일 밤 청소기를 돌리고 자는 것이 하루 루틴이 되었습니다.
만일 어릴 때 5세인데 아이가 직접 청소를 다 한다는 얘기를 보았다면 너무 부럽다고 생각했을거에요. 그리고 그걸로 고민을 한다고 하면 괜한 자랑으로 보였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평화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정말 힘들고 험난한 일이였어요.
아이의 청소를 돕기 위해 부서진 돌돌이와, 청소기가 꽤나 있고 그로 인해 제가 맞을뻔한 경험도 몇번을 거쳤어요.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지금은 아이와 주말이면 온 가족이 같이 청소할 수 있는 경험은 굉장히 소중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생각한 철학을 무조건 지켜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결국은 아이의 흥미를 먼저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잠시뿐이라고 생각했던 아이의 청소 사랑이 아직도 이어지는 것을 보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