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옷 스스로 고르기, 긴팔 고집하다 반팔 된 이유
몬테소리 육아를 하며 아이가 스스로 옷을 고르는 환경도 만들어주고 싶어서, 어떻게 스스로 하게 유도할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어요. 그래서 아이가 옷 고르는 가구도 신중히 생각하며 골랐지만 첫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어요. 제가 구상한 가구랑 영 다르게 남편이 조립 했거든요.
칼락스 옷장, 남편이 망친 날
아이의 옷장을 구상하며 가장 고대 했던 것은 4칸 짜리 칼락스를 리폼하여 한쪽은 칸을 아예 안 만들어 두칸을 하나로 되게 한 뒤, 옷봉을 걸어서 아이의 외출복을 걸게 하고, 남은 두 칸엔 인서트 서랍을 넣어 상의, 하의, 속옷을 3-5개 정도 배치하면 딱 좋겠더라구요. 책장으로 쓰이는 거다보니 눈 높이도 아이에게 딱 맞아서 아이가 스스로 옷걸이에서 직접 꺼낼 수도 있고, 너무 많지 않은 옷을 보관해서 아이가 고르기도 편할 것 같았어요.
그렇게 몇날 몇일을 기대하고 드디어 남편이 조립을 해줬어요. 저는 이미 제가 원하던 구상을 남편에게 보여준 상태였길래 잘 조립해주리라 믿어의심치 않았죠. 조립할 때 아이가 가까이 있으면 위험할 것 같아서, 저는 방에서 아이랑 놀고 남편은 거실서 조립을 하게 두었거든요. 그런데 중간에 잠시 거실에 나가보니... 남편은 칼락스를 이미 4칸으로 만들고 서랍까지 넣어서 마무리 작업에 들어가던 중 이였어요.
다시 분해해서 조립하면 안 되냐니까 그렇게 하면 너무 복잡하고 오래 걸리고 어렵다고 하더라구요. 신나서 전동드릴까지 사서 조립했거든요.
그래서 결국 4칸이 되어버려서 아이 눈높이에 맞는 옷걸이를 해주겠다는 저의 로망은 저 멀리 날아갔습니다.
대신 한 칸은 기저귀를 수납하고, 한 칸은 빨래를 수납했어요. 옷걸이는 저희가 신혼때 샀던 일반 옷장에 걸어두고 아이가 필요할때만 꺼내는 방식으로 했습니다.
서랍은 원래 의도대로 사용 했구요. 그런데 사실 생각대로 되지 않았던 한 가지가 아이가 스스로 서랍을 열고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서랍 열고 닫는걸 너무 좋아해서, 서랍이 부서지기도 했어요. 제가 어린 아이의 힘을 너무 무시했던거죠. 그래서 서랍 한칸은 결국 버리고 지금 한칸은 그대로 사용 중이랍니다.
옷장으로는 이제 사용하지 않고 아이의 교재나 색종이, 풀 등 공작 도구를 넣어두는 공간으로 사용하는데 지금은 다른 용도로 아주 잘 사용 중이에요.
그 외에도 옷걸이에 대한 미련이 안 없어져서 캠핑용 행거를 사고 거기에 옷걸이처럼 써볼까 하는 로망을 가졌는데 현관서 치우고 난 뒤 옷이 있는 방에 두었는데도 활용이 안 되더라구요. 제 상상은 옷 3-4벌이 우아하게 걸리는 건데, 아이가 모자나 다른 아이템도 마구 가져와서 정신이 없어 지기도 했고 외투를 방 안에 넣으니 아이의 동선에 맞지 않아서 활용도가 떨어졌습니다. 뭐든 적용해봐야 아는 것 같아요. 아이 성향과 집안의 동선이 각기 다르니까요.
아이 옷 고르기 아침에서, 저녁으로
어쩔 수 없이 외투를 큰 옷장에서 꺼내는 걸로 바꾸다보니 자연스럽게 상의 하의도 거기서 고르는 형식으로 가게 됐어요. 그리고 자라다보니 옷이 많아져서 매일 매일 제가 부지런하게 움직이지 않는 한 3-5벌에서 아이보고 스스로 고르라고 하기엔 저의 에너지가 너무 소비 됐습니다. 그래서 그냥 아이와 옷장에서 같이 옷을 고르는 형식으로 바꿨어요. 저는 가정보육을 36개월 꽉 차게 했어서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이 아닌 아이와 원할 때 산책을 나갔는데요. 아침에 일어나서 서로 느긋하게 옷을 골랐답니다.
어린이집을 다니고 부터는 그렇게 준비하면 준비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이제는 저녁에 아이와 함께 골라서 한 벌 정해두고 다음날에 바로 그렇게 입어요.
지금 생각해도 이렇게 미리 정해놓는 방식으로 바꾼건 잘한 것 같아요. 옷을 매일 매일 로테이션 하는 건 아이에게 분명 좋은 방식임에는 틀림 없지만 엄마의 일이 하나 더 늘어나는 거라서 생각보다 어렵더라구요. 살림을 하다보니 5분, 10분에 그치지 않는 빨래하기, 건조기 돌리기 시간도 은근히 시간을 잡아먹는다고 느끼게 되더라구요. 육아는 무엇보다 엄마가 지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긴팔 고집, 더운 날 입어보고 종결
옷을 고르는 과정이 마냥 순탄했던 것은 아닌데요. 아이의 요구사항이 날씨에 맞지 않는 경우가 있기 떄문이였어요. 추운 겨울인데 외투를 입고 나가지 않는다고 우기거나, 더운 여름인데 긴팔을 입는다거나 두꺼운 가을용 가디건을 입는다던가 하는 식으로요.
가장 제가 걱정하던 부분은 여름이였어요. 겨울에는 반팔을 입어도 덧입을 옷을 가져가면 되는데 여름에는 긴 팔을 입고가면 갈아 입히기도 일이라서요. 그런데 이건 아주 쉽게 해결이 됐는데 어느 더운 날 긴 팔을 입는다고 우기기에 입히고 보냈더니 바깥이 너무 더웠는지 짜증을 내더라구요. 그래서 조용히 알려주었습니다.
"엄마가 계절에 맞게 옷을 입으라는 건 이런 이유야. 오늘은 반 팔을 가져왔으니 갈아입혀줄게. 그런데 못 갈아입는 상황이 생길지도 모르니 계절에 맞는 옷을 입자. 그 안에서는 니가 맘대로 골라도 좋아" 라고 했죠. 그랬더니 그 뒤로 반팔을 안 입는다는 고집은 사라졌답니다.
물론 지금도 햇볕이 쨍쨍한 날, 장화를 신고 다니고 싶어하기도 하고, 긴 가디건을 입고 싶어하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여벌 옷을 꼭 챙겨다니다보면 아이가 알아서 계절에 맞는 옷을 입는 날이 더욱 많이 늘어나게 된답니다.
처음에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제는 자리 잡아서 아이가 주말이면 스스로 입을 옷을 가져오고, 평일에도 저와 함께 옷을 즐겁게 고른답니다. 물론 아직 긴 바지는 버리지 못하지만 말이죠. 처음 시도로 실패했다고 좌절 말고 여러 대안을 찾다보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저희도 처음에는 칼락스의 감성적인 미니 옷장을 꿈꿨지만 지금은 크고 정신없는 옷장을 가지고 있는 것 처럼요. 하지만 바라던 결과는 같으니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