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 이유식 시작한 이유, 아이에게 화내기보다 어른의 시간 가지기
처음 이유식을 알아보면서 많이 설레하고 새로운 도구도 많이 샀어요. 큐브틀도 다섯 개가 넘게 사고 그 때 한창 유행하던 토핑 이유식을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죽을 먹이기 시작하자 처음엔 잘 먹다가 점점 먹는 둥 마는 둥 하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래서 새로운 방식을 알아봤습니다.
토핑 대신에 자기주도, 넘어온 계기
토핑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종류별로 토핑을 하나하나 만들고 냉동실에 잘 보관해두었어요. 다 갈아서 때려넣고 죽으로 만드는 기존 이유식과 다르게 토핑 이유식은 큐브를 하나 하나 쪄서 따로 보관하고 죽 옆에 토핑처럼 주는 것이였어요. 그래서 아이가 각각 원 재료의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게 토핑 이유식의 취지였습니다.
처음에는 모양도 이쁘고 취지도 좋아서 토핑 이유식을 하면서 즐거웠어요. 아이도 잘 먹었거든요. 그런데 단점이 있었습니다. 일단 먹다보면 결국 어른이 먹듯이 죽 한번, 당근 토핑 한번 이렇게 먹이게 되는게 아니라 토핑두세개가 섞여서 결국 죽처럼 되는 것이였어요. 각기 다른 토핑을 열심히 찐 이유가 좀 사라지는 것이였죠.
두번째로는 아이가 초반에는 이유식을 참 잘먹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먹는 속도가 굼떠졌던 것입니다. 원래 워낙 잘 먹던 아이여서 걱정이 없다가 갑자기 천천히 이유식을 먹기 시작하니 아이에게 점점 화내게 되더라구요. 숟가락을 들고 아이가 다 먹을때까지 기다리며 속터져 하기도 하고 아이에게 화를 내기도 일쑤였어요. 그러다가 자기 주도 이유식이란 것을 알게 되었어요.
마침 애호박과 단호박 큐브를 만들던 찰나라 일부를 길게 잘라서 한번 쪄봣어요. 아이가 손에 쥐기 쉬운 크기로 해서요. 그랬더니 아이가 갑자기 엄청 부지런하게 잘 먹고 재밌어하더라구요. 그래서 이게 아이에게 딱 맞는 방법이라고 생각되어 자기 주도 이유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기주도 이유식 준비물, 흡착 식판부터 턱받이 까지
자기 주도 이유식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준비물이 필요했어요. 자기주도 이유식은 엄마가 옆에서 보조해줄수도 있지만 식사의 주인공은 결국 아이였어요. 아이가 실제로 쥐고 먹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아이가 밥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했어요. 만일 식판이 움직이거나 하면 아이가 식판을 잡고 흔들고 놀려고 하느라 밥을 안 먹을게 뻔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가장먼저 흡착 식판과 흡착컵을 준비했습니다. 흡착식판은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아이가 스스로 음식을 쥐고 먹을 때 식판이 밀리거나 같이 움직이지 않아서 아이가 먹기 수월했습니다. 컵은 약간 이르게 들인 기분이였어요. 아이가 고개를 바꿔서 물컵을 들기가 쉽지 않은 일이고 컵들고 먹을 쯤이면 흡착컵이 필요없는 시기가 되어서 빨대컵으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필요한 것은 아이가 음식물을 먹을 때 자유롭게 먹다보니 머리에도 묻히고, 바닥에도 붙이고 심지어는 저 멀리 창에까지 닿도록 먹기 때문에 대비책이 필요했어요.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는 김장매트와 흡착 턱받이를 준비했습니다.
흡착 턱밭이는 자기주도 이유식 용으로 나왔던 디자인인데 긴팔이 아이에게 안 붙여서 씻기기 편하겠다 싶어서 긴팔과 정말 턱받이만 흡착되는 것 두가지를 샀는데요. 결론적으로는 긴팔은 애한테 입혔다가 벗겼다가 하기 더 힘들고 아이도 입기 싫어해서 한 두번만 입히고 다시 못 사용했답니다. 대신 흡착턱받이만 되는 심플한 형태는 아이가 잘 하고 있기도 했고 흘리는 걸 어느정도 방지해줘서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김장 매트는 사고나서 실제로 식사시간마다 깔아보니.. 의미가 없었어요. 아무리 김장매트가 크더라도 아이는 그 범위 이상으로 밥을 튀겨가며 먹더라고요. 그래서 김장매트는 몇 장 사용하고 사용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잘 깔았으면 좋겠다싶은 게 저희 집에는 시공 매트가 깔려있는데 다른 집에 놀러가서 매트를 확인해보니 저희집 매트가 유독 물기가 많더라구요. 아이가 흘린 것을 제가 열심히 닦은 탓 입니다.
자기주도 이유식, 잠깐의 자유 대신 얻은 청소 시간
그래서 이렇게 시작한 자기 주도 이유식으로 인해 제가 편하기만 한건 당연히 아니였습니다. 오히려 생각과는 달리 아이가 자기주도 이유식이어도 점점 이유식을 대충 먹기 시작해서 제 속을 태우기도 했어요. 이럴바에 토핑 이유식을 계속 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구요.
심지어 자유는 5분이였지만 다 먹고 치우는 것은 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엄마들이라면 공감할텐데 아이가 흘린 밥풀을 바닥에 앉아서 닦고 있으면 왠지 슬픈 마음이 들기도 하거든요. 근데 자기 주도 이유식은 흩어지는 범위가 더 넓고, 어떨 땐 아이가 너무 자유분방하게 먹어서 샤워를 시켜야할 때도 있으니 그냥 바싹 먹일걸 그랬나 싶은 생각도 몇번 들었어요.
하지만 그래도 아이가 밥 먹는 사이 제가 간단히 요리를 하거나, 같이 밥을 먹을 수 있었어요. 원래는 라면하나 끓여먹기도 힘들었는데 그게 가능해졌죠. 그리고 3-5분 정도의 간단한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되니 아이를 재촉하는 건 덜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어느 정도는 아이를 기다려줄 수 있는 시간이 된 게 너무 만족스러웠습니다.
또 이것을 통해 아이가 손을 사용하여 음식을 먹는게 점점 자연스러워지는 것도 보였어요. 처음에는 조금 미숙하다가 점점 자연스럽게 쥐는 법을 배우는 아이를 보며 실패가 아닌 과정을 배워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좋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몬테소리 가치관과도 맞닿아 있는 느낌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약간 힘든 과정도 있었지만, 힘든 육아에서 잠시나마 저의 숨을 돌릴 틈도 만들고 아이의 발달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했어서 다시 이유식을 할 일이 있어도 자기 주도 이유식을 선택할 것 같아요. 아이에게도 저에게도 조금은 천천히 갈 수 있던 시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