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 이유식 원물, 채소/과일/소고기 직접 해본 결과
자기주도 이유식을 시작하고 처음에는 어떻게 시작할지 몰라서 원물 위주로 먹였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구운 소고기를 줬더니 이빨도 안 난 아이가 열심히 빨아먹어서 하얗게 근막만 남게 먹는 일이였어요. 너도 맛있고 좋은걸 아는구나 하고 웃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원물 채소, 브로콜리/당근/애호박/고구마/감자 먹이기
원물 채소를 먹이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아이에게 긴 모양, 작은 모양 등 여러 모양을 처음에 제시 해줬는데 아이는 손에 직접 쥐고 길쭉하게 먹는 형식을 좋아하더라구요. 지금 생각해보면 떡뻥도 과자도 긴 형태의 음식인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빨도 안 난 아이가 잇몸으로 깨물어서 먹는 과정을 보니 정말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채소는 브로콜리인데요. 이유는 아이가 브로콜리를 정말 싫어했어요. 브로콜리를 한입 넣고 오물오물 씹자마자 '웩'하는 표정을 지으며 인상을 쓰더라구요. 그 부분이 너무 귀여웠습니다.
큐브로 제공했을 때는 그럭저럭 먹었던 것 같은데, 브로콜리의 식감이 싫은 모양이였어요. 재밌는 건 아빠가 브로콜리 식감을 싫어하는데 그것도 잘 안먹어서 신기했습니다. 가지도 아빠가 식감을 좋아하는데 아이가 안 좋아하더라구요.
그래서 이것들은 굳이 이것들은 억지로 먹이지 않고 나중에 요리할 때 아이의 음식에 추가로 넣는 방식으로 제공했답니다.
그 외에 당근이나 애호박, 고구마, 감자는 기본적으로 단맛이 있어서 그런지 쪄서 제공해주니 아이가 잘 먹더라구요.
그 외 오이나 아보카도는 찌지 않고 그냥 제공해주기도 했는데요. 최대한 얇게 채썰듯 잘라서 조금씩 쥐어줬어요. 시원해서 그런지 생으로도 잘 먹더라구요. 지금도 아삭아삭한 오이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재밌는 점은 저 때는 찐 당근을 잘 먹었는데 지금은 찐 당근을 별로 안 좋아하더라구요. 대신 생당근은 좋아해서 가끔 잘라서 아이에게 제공해주기도 합니다. 당근은 너무 어릴 때에는 생으로 제공하지 않는 것을 추천해서 어릴 땐 꼭 쪄서 줬어요.
원물 과일, 9개월 부터 바나나 딸기 그대로
이유식 초반에는 보통 사과와 배만 제공하다보니 이것도 그냥 갈아서 제공하던지 퓨레를 구매해서 퓨레 형태로 과일을 먹였었어요. 아이가 퓨레를 정말 좋아했기도하고 저도 편하다보니 퓨레로 아이에게 과일을 제공해주었어요. 퓨레에 오트밀을 말아서 아침 식사를 대신한 적도 많구요. 근데 어느정도 시기가 지나니까 육아 친구들이 과즙기라는 아이템으로 과일을 먹이더라구요.
정말 신기하긴 했는데 자기 주도 이유식에서는 과일을 과즙기로 먹이지 않고 원물 그대로 먹이길래 과즙기를 사지않고 원물로 줘보기를 도전해봤어요. 과즙기가 제 취향이 아니였던 것은 과즙기로 먹어도 결국 여기저기 흘려서 그럴바엔 주기라도 편하게 주고 설거지라도 줄이고자 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딸기나 바나나 같은 부드러운 과일은 아이에게 그냥 잘라서 제공 했어요. 엄마들이 놀라면서 그러다가 목에 걸리면 어쩌냐고 걱정 했지만 저는 아이를 믿고 줬답니다. 대신 옆에서 꾸준히 잘 지켜봐줬어요.
아이가 특히 과즙으로 쪽쪽 빨아먹는 것은 성격상 안 맞아하더라구요. 입안 가득 넣고 씹어 먹는 것을 좋아하더라구요. 사실 이건 제가 좋아하는 습관인데 아이도 그래서 또 신기했어요. 그래서 아이의 성향에 맞게 제공했습니다.
조금 익숙해지고는 블루베리와 포도도 자르고 씨를 빼서 아이에게 제공해주기도 했는데 역시나 잘먹었습니다.
원물 소고기, 근막만 남을 때까지 쪽쪽
이제 이렇게 제공해주다보니 한 번 고기를 제공해주고 싶었어요. 저는 아이가 잠을 잘 못 자는 편이라서 육아가 어려웟던 편이라 무엇보다 철분을 아이에게 섭취 시키는 게 중요했거든요. 물론 소고기를 으깨서 직접 먹게 해도 되지만 스스로 잘 먹진 않는 편이라 고민하다가 고기를 얇고 길게 썰어서 구운 뒤 아이에게 줘봤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고기 한 조각을 가지고도 5분을 넘게 먹기 시작했어요. 입에서 씹어서 넘기는건 아니지만 입안에 넣고 빨기도 하고 음미하기도 하며 아주 천천히 고기를 즐겼답니다. 그래서 나중에 다 먹고 제가 손에 쥐고 깜짝 놀랐어요. 하얀 근막만 남았거든요. 제가 평상시 먹던 소고기에 이렇게 근막이 많을 줄이야 저도 몰랐어서 놀랐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맛있는건 아주 잘 안다는 점도 재밌었어요. 소고기가 맛있는 음식인 건 알고 그 소고기를 몇 분 동안 입에 넣고 오물오물 먹다니. 왠만한 어른보다 훌륭한 미식가 아닐까요?
그 외에도 단백질로 닭고기나 두부도 제시해줬었는데 역시 소고기보다 격한 반응은 보이지 않더라구요.
특히 두부는 집기 어려워해서 촉감 놀이가 되기 일쑤였지만 오히려 아이가 촉감이 재밌다보니 먹으면서 즐거워했던 것 같아요. 또 맛도 있는 편이라 식물성 단백질 채우기에 아주 좋았습니다.
닭 같은 경우는 아예 삶아서 백숙형식으로 찢어서 주기도 했어요. 이것도 부드러운 살코기 위주로 주니 잘 먹었어요. 하지만 먹는게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었답니다.
지금 브로콜리를 잘 먹는 아이를 보면 브로콜리를 먹고 웩 하던 아이의 표정이 가끔 떠오릅니다. 그땐 평생 안 먹을까봐 걱정이 됐는데 아이가 익숙하게 먹는 채소 중 하나가 되었어요. 한 두번 거부했다고 포기하지 않고 여러 방법을 시도해본게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지금 채소를 거부하지 않고 찾는 데에는 그때 원물로 먹인 노력의 결과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이가 채소를 엄청 찾는 것은 아니지만 채소와 과일을 썰고 있으면 지금도 곁에와서 한 입 달라고 조르기도 하거든요. 이것만 해도 큰 성공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