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자연놀이가 집중력에 도움이 될까? 직접 느낀 변화
아이를 키우다보면 집중력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헷갈릴 때가 있어요.
저희 아이도 책상에 앉아서 무언가를 하거나 별로 관심없는 활동을 할 때는 생각보다 집중하는 시간이 짧아요. 얼마 전에는 그림을 따라 그릴 수 있는 라이트패드를 빌려왔는데 다른 아이들은 제법 오래 앉아서 그림을 따라 그리는 것 같더라구요.
그런데 저희 아이는 몇 줄 긋지도 않고 힘들다, 어렵다 하고 정작 라이트패드 불을 켰다 껐다 하는 것에 더 관심을 가졌어요.
이런 모습을 볼 때면 ‘우리 애가 집중력이 너무 없는건가?’ 걱정이 되기도 했어요.
그런데 또 밖에 나가보면 달라요. 산책을 하다가 하늘을 한참 바라보기도 하고 자기가 관심있는 것을 발견하면 제가 생각한 것보다 자세히 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궁금해졌어요.
자연에서 노는 것이 정말 아이의 집중력에도 도움이 되는 걸까요?
책상에서는 짧은 집중력, 자연에서는 조금 달랐어요
저는 아이와 놀아주려면 뭔가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적이 많아요.
교구를 준비하거나 워크북을 꺼내거나 아이가 할 수 있는 활동을 미리 생각해두는 식이였죠.
그런데 정작 아이가 오래 관심을 가지는 건 제가 준비한 것이 아닐 때도 많았어요.
밖에서 산책하다가 하늘을 보기도 하고, 자연에서 자기 눈에 들어온 것을 가만히 바라보기도 했어요. 어른 입장에서는 그냥 지나칠만한 것인데 아이에게는 그게 놀잇감이 되는 것 같았어요.
특히 자연에서는 제가 “이거 해봐”라고 하지 않아도 아이가 스스로 볼 것을 찾아요.
저는 이 차이가 꽤 재미있었어요.
책상 앞에서 10분도 집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집중력이 부족한가 걱정되는데, 자기가 관심있는 환경에서는 또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아이의 집중력을 볼 때 단순히 얼마나 오래 앉아있는지만 보는 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아이가 좋아하지 않는 활동을 오래 하는 것과 자기가 관심있는 것을 발견해서 관찰하는 것은 분명 다른 일이니까요.
자연놀이와 집중력, 실제 연구에서는 어떨까?
궁금해서 자연환경과 아이들의 집중력에 대한 연구도 찾아봤어요.
실제로 아이들이 녹지나 자연환경을 많이 접하는 것과 주의력, 행동, 자기조절 사이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들이 꽤 있더라구요.
관련 연구들을 종합한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녹지 노출과 아이들의 주의력이나 행동에서 긍정적인 관련성을 보고한 연구들이 많았어요. 자연환경이 아이의 주의를 계속 강하게 요구하는 환경이라기보다, 비교적 편안하게 관심을 두게 하면서 지친 주의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설명도 있었구요.
그렇다고 ‘자연에서 놀면 무조건 집중력이 좋아진다’고 말할 정도로 결론이 난 것은 아니였어요.
2023년 아이들의 녹지·수변환경 노출과 인지기능을 종합한 연구에서는 39개 연구를 검토했는데 연구방법도 다양하고 결과도 일관되지 않아서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했어요. 실제로 7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녹색공간과 일반적인 공간에서 활동하게 한 실험에서는 주의력 검사 결과에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기도 했구요.
그래서 저는 자연놀이를 집중력을 키우기 위한 공부처럼 생각하지는 않으려고 해요.
자연에서 놀면 집중력이 몇 분 늘어난다는 식의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관심을 둘 수 있는 환경을 하나 더 만들어주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자연놀이도 굳이 엄마가 만들어주지 않아도 되더라구요
자연놀이가 좋다고 하면 또 엄마 입장에서는 할 일이 하나 늘어난 것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숲체험을 알아봐야 하나, 주말마다 산에 가야 하나, 자연놀이 프로그램을 찾아야 하나 싶기도 하구요.
저도 아이 교육에 관심이 많다보니 뭔가 좋다고 하면 또 어떻게 해줘야 할지부터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자연놀이는 오히려 그렇게까지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아요.
저희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도 자연환경이 좋은 편이라 그 부분이 마음에 들었는데, 꼭 특별한 숲에 가야지만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집 주변을 산책하면서 하늘을 보고, 계절이 바뀌면서 나무가 달라지는 것을 보고, 아이가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 잠깐 멈춰서 같이 봐주는 것도 자연을 접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제가 “오늘은 자연관찰을 해야지” 하고 목적을 만들어버리면 또 하나의 학습이 될 것 같기도 하구요.
그래서 아이가 무언가를 발견하면 바로 설명해주기보다는 일단 뭘 보고 있는지 같이 보는 정도로 두려고 해요.
저희 아이를 보면서 느낀 건 집중력이라는 게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는 거였어요.
책상 앞에서 오래 앉아있지 못한다고 해서 모든 상황에서 집중을 못하는 것도 아니었고, 자기가 관심있는 것을 만났을 때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 들여다보기도 했어요.
연구에서도 자연환경과 아이들의 주의력이나 행동 사이에 긍정적인 관계가 있을 가능성은 계속 이야기되고 있지만, 아직 자연놀이만으로 집중력이 좋아진다고 단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해요.
그래서 저는 자연에서 노는 시간을 ‘집중력을 키워줘야지’라는 또 하나의 교육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그냥 아이가 밖에서 자기 눈에 들어오는 것을 찾고, 궁금하면 들여다보고, 마음껏 움직이는 시간을 자주 만들어주는 것.
지금은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