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소리 일상, 덧신 빨래를 맡기니 운동화까지 다 가져왔어요


최근에 아이의 방학을 맞이했어요. 

방학식을 들어가며 유치원에서 1학기 동안 사용하던 덧신을 빨래해서 오라고 보내주셨더라구요.  잊고있다가 방학이 끝나기 2일 전 생각나서 부랴부랴 운동화를 닦으려던 찰나, 아이가 제가 닦는 동안 가만히 안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 하나의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이 바닥도 까마니까 하얗게 해야 해


유치원에서 받아온 덧신을 일단 따뜻한 물에 담아 불려뒀어요. 제 예상과 한치도 다르지 않게, 아이는 역시나 제가 뭐하는지 쪼르르 다가와서 제가 뭘 하는지 보더라구요. 

"뭘하는거야?" 라고 묻기에 "응, 너가 유치원에서 사용하던 덧신을 빨려고 하고 있어. 이렇게 불려놔야 때가 잘 빠지거든" 하고 대답했어요.

그러다가 가만 생각해보니 몬테소리 일상생활 영역에서 스스로 아이가 빨래하는 모습이 기억났어요. 이것 또한 하나의 활동으로 아이에게 제시할 수 있겠더라구요. 그래서 넌지시 던져봤죠. "왜? 네 신발이니 스스로 하고 싶어?" 그러니까 바로 "응, 내가 할래" 하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조금 불리는 동안 기다리자 하고 제 마음의 준비를 했습니다. 엉망이 될 욕실을 감당할 마음을 준비해야겠어요.

그리곤 운동화 솔과 빨래 비누를 챙겼어요. 아이는 제가 뭘 하는지 계속 쫓아다니더라구요. 어서 빨리 빨래를 하고 싶어서요. 엄마인 저에겐 빨리 해치워버리고 싶은 일이고 너무 귀찮은 일인데 아이는 어서 하고 싶어서 설레하는 일이라는 점이 참 재밌더라구요.

욕실에 도착해 시범을 보여주기 위해 비누칠을 한 솔로 덧신을 닦았어요. 몇 번 문지르는 과정만 간단히 보여주고 이렇게 하는거라며 아이에게 넘겼죠. 그런데 아이가 갑자기 밑창을 닦더라구요. 그러더니 말했어요 "이 바닥도 까마니까 하얗게 해야 해!". 저는 사실 밑창은 이미 더러워지는 곳이니 대충 하고 위에 천 부분을 슥삭 닦는 것만 보여주고 청소 솔을 아이에게 넘겼거든요. 그 전엔 아이 앞에서 신발을 빨래한 일이 없는데 이렇게 알고있는 점이 신기했습니다. 애들도 깨끗한 것을 직관적으로 아나봐요. 이렇게 밑창도 깨끗히 닦으라는 소리를 들으며 아이를 지켜봤습니다. 아이는 제 생각보다도 섬세했어요. 시키지 않아도 신발의 깔창을 분리하려고 하더라구요, 깔창이 없는 신발이라 분리가 안되자 분리가 안되는 것을 여러번 확인하고 고민하다가 운동화 솔을 덧신 안으로 넣어서 신발 내부를 열심히 닦더라구요. 하얘진 모습을 보고는 흐뭇한 미소도 지어줬습니다.

그렇게 겉과 속, 밑창까지 깨끗한 덧신이 되었습니다.


한 켤레에서 시작해서 4켤레를 빨던 날


아이가 신나서 신발을 빨래하니 저도 기분이 좋기도 하고 편하기도(?) 하더라구요. 물론 욕실에 때가 튀기도 해서 마음이 복잡해지긴 했지만 어차피 청소해야 할 거 한 번에 해치워버리자.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아이에게 제안했습니다.

"그럼 너가 신고 다니던 하얀 운동화도 빨아볼까?" 했더니 역시 아이는 신난다고 들고 오더라구요. 전 근데 한 켤레만 가져올 줄 알았거든요. 가지고 있던 하얀 신발을 다 가지고 온거에요.

찍찍이가 달린 하얀 신발, 하얀색 운동화, 게다가 엄마인 제 운동화까지 가지고 왔습니다. 그리고는 이걸 다 닦아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모두 하얀 신발이라서 할 말이 없긴 하더라구요.

그래서 같이 열심히 닦는데 말하더라고요. 자기가 지금 하고 있으니까 지켜봐야한다고.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할거고 깨끗히 해야한다고. 밑창부터 운동화 속, 겉면까지 아주 싹싹 닦으면서 말이죠. 

중간 중간 세면대에 더러운 물이 튀면 세면대도 한번 씩 닦아주기도 하고요. 그래서 전 할게 너무 없었어요.

제가 "그럼 이 신발들을 너가 다 닦고 있을래? 엄마는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을께" 했더니 바로 좋다고 하더니 그 뒤 혼자서 열심히 그 신발들을 다 닦았습니다. 놀라운 집중력이였어요.

아 그러다가 한 번 저를 불렀는데 제 운동화는 제가 직접 닦아야 한다며 해보라고 쥐어주더라구요. 아주 칼 같은 성격의 아이를 키운 것 같습니다.


뒷걸음질 하다가 몬테소리 육아

제가 처음에 같이 덧신 빨래를 시작한 이유는 제가 빨래를 하려고 욕실에 들어가 있으면 아이가 자꾸 욕실에 같이 들어와서 제 혼을 쏙 빼놓거나, 몰래 주방에 들어가서 새로운 아이템을 만져볼 생각을 하느라 제 집중을 깨트릴까봐 생각난 아이디어에 불과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직접 주도적으로 청소할 곳을 찾고, 제가 같이 하려고 해도 스스로 본인의 몫을 다 해내는 모습이 멋졌습니다. 아이에게 하나의 사람으로서 끝까지 할 수 있는 일을 줘보니, 스스로 집중해서 완주하려는 모습이 보였어요. 이런 모습이 몬테소리에서 말하는 일상생활 활동의 의미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단순히 귀찮지 않기 위해서 생각난 묘수였는데 얼떨결에 몬테소리 육아를 했던 하루였습니다.


요새 어린이집을 거친 뒤 몬테소리 유치원을 보내게 되었어요. 어느정도 유치원에서 몬테소리 교구나, 생활 습관을 잡아주다보니 가정에서 몬테소리 정신을 실천하는데 조금 소홀하고 다른 것을 찾아볼 생각만 한 것 같아요. 왠지 조금 형님이 된 생각에 제가 해야할 것만 자꾸 늘린 일상이였죠. 만 3세가 되고 유치원을 가니 몬테소리 일상 외에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 꽤 많이 늘어나서 더더욱 다른 쪽에 집중 했거든요. 그런데 역시 아이의 불씨는 자라고 있었음을 깨달았고, 완벽하진 않더라도 조금씩 아이에게 한 사람으로서 자립적으로 설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마련해줘야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거창하게 무얼 하기보단 일상에서 항상 아이와 나눠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볼 생각이에요.